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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세차와 거룩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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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병구 담임목… 작성일14-02-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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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흰 눈이 온천지를 하얗게 뒤덮을 때에는 세상의
모든 부끄럽고 더러운 것들까지 다 감추어버려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아름
다운 순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한 차례의 폭설이 지나가면 그 후유증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제설 작업을 하느라 제설차들이 할키고 간 흔적들이 도로 곳곳에
생겨납니다. 도로는 마치 껍질이 벗겨져 고통당하는 피부처럼 흉물스럽게 변합니다.
거리는 온통 소금기를 머금고 있는 진흙탕 물로 질척거리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운전을 한다고 하지만 자동차는 그 오물을 뒤집어 쓸 때가 허다합니다. 운행하는 차
들의 모습은 모두 평생 목욕 한 번 하지 못한 홈리스 같아 보입니다. 이 때에 제철을
만난 곳은 세차장입니다. 비누칠을 거쳐 자동 세차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는 자동차
를 보고 있으면 목욕통에 들어가는 갓난 아이 생각이 나기도 하고 훈련소에서 한꺼
번에 샤워하던 때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1분인지 몇초인지 비누칠을 하고 나면 아주
짧은 순간에 위에서 샤워물이 쏟아졌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씻지 않으면 "동
작그만"이라는 구호와 함께 샤워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비눗물이 뚝뚝 흐르는데도
대충 수건으로 몸을 딲고 빨리 샤워장 밖으로 나가야 했던 기억이 수십년이 지난 지
금도 생각이 나니 희안한 일입니다. 그것과 비교하면 세차창 안에서 자동 때밀이의
도움으로 세차되고 있는 자동차는 호강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혹자들은 말합니다.
"금방 더러워질텐데 세차할 필요가 있나요?" 그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
차에 묻은 소금기의 때들이 옷마저 더럽힙니다. 남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세차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죄는 때와 비숫하지만 때와는 근본적
으로 다릅니다. 영적으로 더러워지면 즉시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죄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동시에 죄에서 벗어난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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