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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열매맺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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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병구 담임목… 작성일13-11-1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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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특별한 계절에만 즐길 수 있던 과일들을 지금은 사시사철 구할수가 있다.
그러나 결실을 상징하는 계절은 역시 가을이다. 지금 나는 어린 시절과 그 시절의
과일들을 내 추억의 창고에서 꺼내어본다. 나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만 사시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몇년 다닌 적이 있었다. 이후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도시로 나와서 공부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댁으로 들어가려면 오른쪽에는 밭이 있었고
밭과 담장 사이에 얼마간 걸어가야 하는 길이 있었다. 길을 따라 가면 왼쪽에 집으로
들어가는 사립문이 나오고 사립문 왼쪽에는 큰 살구 나무가 서 있었다. 오른쪽 마당에는
배나무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 뒤에는 대나무 숲이 울창했고 담장 옆 곳곳에는
앵두나무들이 있었다. 본채, 사랑채, 부엌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마당을 가로 질러가면
넓은 헛간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닭들의 둥지가 있었다. 이 닭들이 돌아다니며 집 뒤나
대나무 숲에 대책없이 알들을 마구 낳아서 그 알들을 수거하느라 집 주변을 샅샅이 살피곤
했다. 집 앞 밭에는 고구마, 감자, 옥수수, 무우와 배추 등이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밭
가운데는 큰 감나무가 있었다. 그 감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대나무 막대기로 홍시를 따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지금도 지붕에 올라가서 홈통(gutter)에 쌓인 낙엽을 송풍기로 몰아
내는 일을 잘 할 수 있나보다.
사실 지금 나는 추억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어린
시절에도 나는 열매의 소중성을 몸으로 체험했다. 좋은 과실을 맺게하기 위해서 얼마나
정성과 땀을 쏟아야 하는지도 보았다. 사람도 열매를 맺는다. 나무는 고목이 되면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지만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계속 열매를 맺는다. 예수님은 "너희가
열매를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는 내 제자가 되리라" (요15:8)
고 하셨다. 우리는 무슨 열매를 맺고 있는가? 사랑의 열매, 기도의 열매, 전도의 열매, 긍휼과
자비의 열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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