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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묻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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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병구 담임목… 작성일15-04-2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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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주보의 목회 칼럼의 제목은 "물어봅시다" 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목회
칼럼은 "묻지 마세요" 입니다. "물어봅시다" 라고 해놓고 또 묻지 말라고 하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별것 아니니 관심 갖지 마세요."
이 말은 제가 집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저희 집에는 두 마을, 두 동네가 있습니다. 한
동네는 1층에 사는 저이고 또 한동네는 2층에 살고 있는 저의 집 사람, 아들과 딸 이렇게
셋입니다. 저는 1층 제 방에서 성경 읽고 기도하고 잠을 잡니다. 저 혼자 만의 공간입니다.
저녁이나 밤에 혼자 1층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는데 2층에서 떠들고
웃는 소리가 들려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괜히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2층에 올라가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아무 것도 아니예요" 라고 합니다. 대부분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일입니다. 거실에서 저희 집 사람과 둘째가 소곤 소곤 혹은 두런 두런 이야기 하다가 두
사람이 깔깔대고 웃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면 또 괜히 궁금해져서 "무슨 일인가요?"
라고 물으면 "아무 것도 아니예요" 합니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라고 하는 대신에
자세히 설명해 주면 좋을 때도 있지만 듣고 나면 별 것이 아닙니다. 농담이나 웃음거리는
따끈 따끈한 현장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서 설명하면 싱겁기만 하고
아무 재미가 없습니다. 생활 속에서 묻지 않고 지나가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내에게서 민망한 소리가 들리면 "속이 거북하냐?" 라고 묻지 마세요. 냄새가 나더라도
모른 척 하십시오. 아이들의 얼굴에 여드름이 보이더라도 "여드름 약 발랐니?" 라고 묻지
마세요. 결혼 적령기에 든 혹은 넘긴 청년들에게 "왜 결혼하지 않느냐?" 라고 묻지 마세요.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괜히 끼어 들어서 "무슨
얘기를 하느냐?" 고 묻지 마세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녀가 속상해하는 일이 있는 것
같을 때 자상하게 묻고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보편적으로 좋은 태도이지만 본인이 말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묻지 마십시오. 충고를 해주고 싶은사람이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침묵
하십시오. 시시콜콜 묻고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알고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해 주는 것도 배려입니다. 새로 방문한 신자에게도 지나치게 물으면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물을 때와 묻지 않을 때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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